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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자의 역사적 중심지, 초콜릿, 국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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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건물과 분수가 어우러진 광장 전경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역의 주도 페루자는 언덕 위에 펼쳐진 고도(古都)로, 고대와 중세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돌길이 이어지는 중심지에는 에트루리아인의 흔적과 중세 건축이 조화를 이루며, 예술과 미식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특히 초콜릿의 도시로도 알려져 미각과 감성을 모두 자극하는 여행지입니다. 페루자의 역사적 중심지, 초콜릿, 국립 미술관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깊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페루자의 역사적 중심지

페루자의 역사적 중심지는 이 도시가 지닌 수천 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언덕 위에 세워진 페루자는 고대 에트루리아 시대부터 로마 제국,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를 거치며 독특한 도시 풍경을 형성해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4월 11일 광장(Piazza IV Novembre)’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집니다. 넓은 광장 한복판에 놓인 폰타나 마조레(Fontana Maggiore)는 13세기 말에 건축된 섬세한 대리석 분수로, 페루자의 상징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돌길과 계단길은 도시의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산 로렌초 대성당(Cattedrale di San Lorenzo)은 도시의 종교 중심지로,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에는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는 예술작품이 보존되어 있어 깊은 감동을 줍니다.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프리오리 궁전(Palazzo dei Priori)은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페루자의 정치적·행정적 중심이었던 공간입니다. 현재는 미술관과 시청으로 사용되며, 여전히 시민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심지를 걷다 보면 도시의 오랜 방어 구조였던 에트루리아 성벽과 문들도 곳곳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에트루리아의 문(Arco Etrusco)’은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건축물로, 당시의 석조 기술과 도시 방어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입니다. 이 문은 여전히 당당하게 도시의 북쪽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고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관문처럼 느껴집니다. 중심부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들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이야기의 통로입니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도시의 과거를 따라가게 되며, 중세 도시 특유의 구조와 질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페루자의 역사적 중심지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도시 그 자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공간입니다. 시간을 초월해 이어져 온 거리, 광장, 건물들은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감탄과 사색을 동시에 선물합니다. 느리게 걷는 여정 속에서 도시의 리듬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곳, 그것이 바로 페루자의 중심지입니다.

2. 초콜릿

초콜릿은 페루자를 단순한 예술과 역사 도시에서 미각의 도시로 확장시키는 특별한 키워드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초콜릿 브랜드 중 하나인 ‘페루지나(Perugina)’가 바로 이 도시에서 탄생했으며, 그 역사는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페루지나는 지역 장인들의 손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 브랜드로 성장했고, 특히 대표 제품인 ‘바치(Baci, 이탈리아어로 ‘키스’)’는 사랑을 전하는 달콤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은 포장 안에 짧은 문장으로 사랑과 우정을 담은 메시지를 함께 넣는 이 초콜릿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감성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초콜릿 문화의 중심에는 **유로초콜릿(Eurochocolate)**이라는 대규모 국제 초콜릿 축제가 있습니다. 매년 10월이면 페루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도시 전체가 초콜릿으로 물듭니다. 광장과 골목마다 다양한 브랜드가 부스를 차리고, 각국의 초콜릿 장인들이 직접 시연을 펼치며 관람객과 소통합니다. 초콜릿 조각상, 테마 디저트, 워크숍, 시식 이벤트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며, 평소보다 더욱 달콤한 향기로 도시가 채워집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미식 행사가 아니라, 페루자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이벤트로 성장했습니다.

여행자로서 페루자의 초콜릿을 더 깊이 있게 경험하고 싶다면, ‘페루지나 초콜릿 하우스(Perugina Chocolate House)’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시내 외곽에 위치한 이 공간에서는 브랜드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소개하며, 실제 공장 투어와 함께 초콜릿 만들기 체험도 가능합니다. 초콜릿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곳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또한, 시내 곳곳의 작은 초콜릿 카페와 디저트 숍들도 여행자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수제 초콜릿은 물론이고, 초콜릿 음료, 케이크, 젤라또 등으로도 그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페루자의 초콜릿은 단지 유명세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전통과 창의성이 깃든 ‘문화의 맛’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에서의 달콤한 한 입은 곧, 페루자라는 도시의 다채로움을 오감으로 느끼는 순간이 됩니다.

3. 국립 미술관

국립 미술관은 페루자에서 예술적 깊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정식 명칭은 ‘움브리아 국립 미술관(Galleria Nazionale dell’Umbria)’으로, 프리오리 궁전(Palazzo dei Priori) 안에 자리하고 있어 역사와 예술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독특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이 미술관은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움브리아 지역 예술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미술사의 흐름을 깊이 있게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으며, 지역 작가들의 섬세하고 종교적인 화풍이 현대 관람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미술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는 움브리아 출신의 거장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입니다. 그는 르네상스 시기 라파엘로의 스승이자,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린 화가로도 유명합니다. 페루지노의 작품은 부드러운 색채와 정적인 구성, 인물의 온화한 표정이 특징이며, 미술관 내 주요 전시실에 그의 대표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베아토 안젤리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이탈리아 회화의 주요 인물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르네상스 미술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프리오리 궁전 자체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딕 양식의 구조와 장식, 내부의 아치형 창문과 회랑, 나무 천장 등이 미술관의 고요한 분위기와 완벽히 어우러집니다. 특히 창문 사이로 보이는 페루자의 중심광장 풍경은, 전시를 감상하는 틈틈이 도시의 역사와 일상을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전시 동선은 비교적 여유롭게 짜여 있어 관람객은 각 작품 앞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설명문 역시 자세하고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어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움브리아 국립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이 지역의 미적 전통과 정체성을 간직한 문화의 핵심입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회의 종교적 신념과 예술적 이상이 녹아 있으며, 이를 통해 페루자라는 도시가 어떤 시간의 결을 지나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깊은 사유의 공간으로서, 이 미술관은 페루자의 고요한 미학을 가장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역사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페루자의 영혼을 담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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